안 리타 마음을 다하는 사람 1. 잡을 수도, 만질 수도, 어찌할 수도 없는 것들. 살아있다고 내 심장을 두드리는 건 늘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향기와 분위기에 관심이 많다. 표정보다는 그림자에 관심이 많다. 정면보다는 뒷면이, 포옹보다는 체온에 관심이 많다. 말이 막 발화하기 전이거나, 말이 끝나는 지점에 멈춰 서 있을 때가 좋았다. 설명할 수 없는 느낌이 촉발하는 이 시간, 언제까지나 여전히 모르는 것으로 남아있는 모든 것이 나는 늘 간절하다. 알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어쩌면 우리의 삶은 정의 내릴 수 없는 느낌이 전부일지도 모른다. 꽃이 피는 것보다, 꽃이 진 자리가 나를 떨게 한다. 당신이 나에게 온 날보다, 당신이 나에게서 떠난 날, 이 문장은 시작된다. 006 P_느낌의 자서전 중에서 2. 이야기들은 아귀가 맞지 않는 조각뿐이었다. 기형의 생각, 무의식에 가까운 발성, 얼굴 이 없는 문장들. 그녀는 그것을 한참 들여다보았다. 알 수 없는 그것들을 암호처럼 조립해 보지만 잘 맞지가 않다. 당연할 것이 무형의 마음이란 정돈된 적이 없다. 이 삶을 어쩌면 무형의 영역에 가까웠 다. 이상한 주문을 하듯 던진 문장들은 정리되지 않은 채 이 책에 실리게 된다. 알 수 없는 채로, 그러나 우리는 모호한 마음에서 모호한 마음으로 정확히 이해가 되는 것이다. 어쩌면 이 세상은 느낌이 전부일지도 모른다 생각했다. 우리의 부재하는 모든 시간들에 대한 기록, 잡을 수 없는 바람처럼, 보이지 않는 허공처 럼, 한 줌의 공허한 메아리는 작가의 방에 가득 느낌으로 남았다. 이상한 말을 짓거리는 이 일상의 기록들은, 먼지 같으나 결코 가볍지 않다. 이 곁에서 스쳐 사라진 모든 시간들이 결코 만만치 않다. 그렇게 이름 없는 한 사람의 포효는 결코 허무하지 않다. 소립자처럼 잘게 쪼개진 마음의 파편이 뭉쳐 하나의 느낌으로 형성되니까, 그러니까 저자는 어쩌면 어떠한 느낌이자., 느낌의 기록자이다., 떠나간 당신이나 다가올 당신에 몰두하는 사람, 그러나 흘러 사라져 버릴 현실을 결코 외면하지 않는 사람, 이 삶을 단 한순간도 망각하지 않는 사람. 그런 말의 파편이 모여 이상한 빛깔을 내는 그녀의 언어는, 결코 사소하지 않다. 들리지 않는 혼잣말처럼, 그러나 거친 호흡처럼, 내면의 비명처럼, 마음의 빗소리처럼 단순히 스쳐 지나가는 풍경이란 없는 것이다. 작가 안 리타는 느끼고 느낌을 기록하는 사람이다. 모든 사소한 순간들과 대화하고 집착하는 사람이다. 방관하듯 담담한 어투에서 느껴지는 삶의 강한 애착 그것들을 자신만의 이해로 풀어간다. 이 글을 공감하는 독자가 있다면 아마 그곳, 여기 어디 쯤일 것이다. 익명과 익명, 그림자와 그림자 그리고 혼잣말과 혼잣말이 말없이 뒤섞인 세상의 사각지대. 이 곳에서 저마다 아름다운 꿈을 꾸며 살아가는 것 아닐까? 별들처럼. 저자 : 안 리타 출판 : 홀로씨의 테이블 판형 : 125 x 200 mm (a5) 페이지 : 264 pages ISBN : 979-11-961829-0-8